시각영상기초디자인II

[Week.3] 타이포그래피

jyjung3614 2025. 9. 29. 23:18

익숙한 사물과 행위 속에서 낯설음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나는 감정적 긴장감(Emotional Tension), 즉 보이지 않는 긴장과 미묘하게 파고드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일상은 보통 안정과 반복으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도 순간순간 작은 균열이나 긴장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러한 균열을 포착하여 작품 속으로 끌어오고 싶었다. 이를 위해 긴장감을 주제로 설정하고, 그 속성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뽑아 정리했다.

그 결과 도출된 키워드는 Anxiety, Pointed, Spiky, Fracture, Taut 다섯 가지였다. 여기서 Pointed와 Spiky는 뾰족한 형태가 주는 날카로운 시각적 긴장을 상징한다. 뾰족한 끝이 만들어내는 즉각적인 자극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 찔릴 것 같은 불안한 감각을 경험하게 만든다. 실제로 눈앞에 닿을 것 같은 날카로움은 단순한 시각적 정보가 아니라 촉각적 긴장으로 확장되며, 즉각적인 불편함을 유도한다.

반면 Fracture와 Anxiety는 심리적 차원에서 긴장을 상징한다. 균열이나 금이 간 표면은 안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여주며, 그 내부에 잠재된 불안이 밖으로 드러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Anxiety는 단순히 긴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끊임없이 들끓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형태적 긴장과 감정적 긴장을 동시에 연결하여 시각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Taut는 팽팽히 당겨진 상태, 즉 순간적으로 끊어질 듯한 위태로움을 담아낸다. 이 다섯 단어는 조형적 요소와 감정적 경험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었고,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정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작 과정에서는 주로 옷핀과 실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옷핀은 날카로운 끝을 지니고 있어 즉각적인 위험의 감각을 불러일으켰고, 실은 팽팽하게 당겨짐으로써 끊어질 듯한 긴장감을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옷핀의 차갑고 단단한 물성과 실의 유연하지만 날카롭게 당겨지는 성질은 서로 대비적이면서도 긴장을 배가시키는 조합을 만들어냈다.

작업 방식은 주로 특정 사물이나 대상을 가공하여 조형적으로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다소 반복적이고 일방적인 접근처럼 느껴져, 색다른 경험을 시도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가운데 배치한 작품은 모눈종이를 활용하여 만들었다. 모눈종이의 규칙적인 선과 구획은 질서와 안정감을 상징하지만, 그 위에 새로운 형태를 덧입히며 긴장된 변화를 주려 했다. 각 격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맞추되,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밑면에 반원이 이어 붙어 있는 듯한 구조를 덧대어, 균형 속에서도 어긋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옷핀, 실, 그리고 모눈종이라는 서로 다른 오브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구현했다. 날카로움, 팽팽함, 규칙과 어긋남이 교차하는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익숙한 사물이 낯설게 보일 수 있는 순간을 찾고자 했다. 그것은 단순히 시각적 완성도를 넘어, 긴장이라는 감정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는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물을 직접 제작하는 일이었기에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평면 위에 표현하는 것과 달리, 구조를 세우고 작은 요소들을 조립해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건축적인 작업처럼 느껴졌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이어 붙여야 했고,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전체 형태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시 고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이러한 물리적 노동은 집중력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피로를 주었다.

 

날카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안전핀을 직접 다루는 과정에서 작은 사고도 있었다. 핀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찔려 작은 상처가 나기도 했고, 순간적으로 그 아픔이 작업의 긴장감과 겹쳐졌다. 그뿐만 아니라 접착제를 사용하면서 손에 달라붙고 엉겨 붙는 바람에 작업물이 지저분해지거나 형태가 뒤틀려 다시 고쳐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이러한 우발적인 사건들은 결과물을 더러워지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작품의 주제인 ‘불안정성과 긴장감’을 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시도는 시각적으로 단조롭지 않게 하기 위해 심심한 흰 선들 위에 포인트처럼 빨간 선을 조금 더하는 것이었다. 빨간 선은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종의 상징적 흔적처럼 작동하길 바랐으나, 실제 결과가 의도대로 드러났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실험적인 시도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흰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주는 시각적 긴장, 그리고 그 미묘한 어울림은 단순히 색의 추가가 아니라 감각적인 긴장 요소로 기능했을 수도 있다.

 

종합해보면, 이 과정은 단순한 미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불안정한 구조물과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들, 예기치 못한 사고들까지 모두 작품의 일부로 작동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과정 자체가 긴장감의 표현이 되었다. 비록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이번 작업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주었다고 생각한다.

날카로운 선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형태는 마치 서로를 베어내듯 긴장된 움직임을 품고 있으며, 그 불안정한 조합은 시각적으로 팽팽한 리듬을 형성한다. 선들이 단순히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침범하고 얽히며 끊어지기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불안이 가진 결 자체가 표면 위로 드러난 듯하다. 글자의 획 하나하나가 매끈하게 이어지는 대신 거칠고 불연속적인 질감으로 구현되면서, 시각적 경험은 더 이상 단순한 텍스트의 해석에 머물지 않고 불안의 감각을 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특히 옷핀이 모여 형성한 글자는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긴장감을 강하게 전달한다. 얇고 뾰족한 침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불규칙하게 진동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일상 속 소소한 오브제에 불과한 옷핀이 집합적으로 모였을 때 발생하는 강렬한 에너지는, 단순히 글자를 구성하는 요소를 넘어 독립적인 존재감으로 확장된다. 차가운 물성과 날카로운 형태가 동시에 긴장된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작품 전체는 단단한 울림을 지니게 된다.

또한, 커다란 흰 종이에 옷핀을 이용해 종이를 찢어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날카롭고 거친 종이결은 긴장감을 더욱 선명히 환기시킨다. 찢겨진 종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날 선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표면 위에서 긴박하게 흐르는 불안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 찢김 자체가 우발적인 동시에 의도적인 행위로 작동하면서, 작품은 내면의 긴박함과 외부의 긴장감을 동시에 구현한다.

결국 이번 결과물들은 이러한 시도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변주와 실험을 이어가고 싶었으나, 시간적 제약과 아이디어의 부족으로 인해 여기에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긴장감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시각적 완성도나 미적인 세련됨이 다소 희생된 듯한 아쉬움도 남는다. 작품들은 확실히 날카롭고 위태로운 분위기를 전달하지만, 동시에 조형적 아름다움보다는 감각적 압박감에 치우친 듯한 인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완전함조차 긴장감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불안정한 상태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일부로 기능한다고도 볼 수 있다.